카테고리 없음

X선 결정법(X-ray crystallography)을 이용한 단백질구조분석

Mr.Nuup 2021. 8. 9. 11:06

복잡한 단백질의 구조는 어떻게 밝혀질까?!

단백질은 아미노산 배열로 구성된 1차 구조부터 폴리펩타이드의 복합체인 4차 구조까지, 4단계를 거쳐 최종적인 구조를 형성합니다. 간혹 3차 구조가 최종 구조인 단백질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아미노산이 통상 20가지가 존재하니 자연스레 아미노산 배열 방법은 수없이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미노산 배열에 따라 단백질 구조가 결정되니 당연하게도 단백질의 종류도 무수히 많아집니다.

탄산탈수효소의 3차원 구조

사진 출처: UNIST

그러한 단백질의 구조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바로 약물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약물이 작용하는 표적 단백질의 구조를 밝혀내어 이에 특이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화합물이나 단백질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이때 효과가 극대화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당 단백질과 잘 결합하도록 구조적 설계가 되어야 합니다. 단백질 구조에서 국소 부위를 의미하는 binding site에 해당 약물이 결합하면 다른 물질과는 반응하지 않고 해당 단백질에만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선택적 반응이 이뤄집니다.

주로 세포막의 receptor 단백질을 목표로 하는 항체의약품은 10대 의약품 매출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항체의약품은 의약품 내의 항체가 막단백질에 작용하는 원리입니다. 특히나 세포막 단백질은 질병 원인의 60% 이상을 차지하지만, 분석이 어려워 지금도 많은 연구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항체의약품 외에도 단백질을 이용한 신약의 경우, 흡수가 빨라 반응 시간이 짧고 유전자 조작 미생물을 통해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처럼 단백질의 구조 분석은 신약 개발에 있어 아주 큰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이러한 단백질의 구조를 분석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주로 3가지의 방법이 있습니다. X선 결정법(X-ray crystallography), 핵자기공명(NMR, Nuclear Magnetic Resonance), 극저온 전자현미경(Cryo-EM, Cryogenic electron microscopy)이 바로 그 주인공들입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오랜 역사를 가졌지만 지금도 많이 활용되고 있는 X-ray crystallography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화합물의 3차원 절대 입체구조를 밝히는 X-ray crystallography는 결정의 X선회절 현상을 이용하여 결정구조를 조사하는 학문 분야입니다. 결정 구조 해석은 결정의 단위, 격자의 크기, 공간, 구성 원자의 배열, 열 진동, 전자 밀도 분포 등을 조사하여 이루어지며, X선 결정구조 해석법은 물질 구조 해석의 가장 유력한 수단의 하나로서 X선 결정학의 중요한 부분을 이루고 있습니다.

향유고래의 미오글로빈 구조

사진 출처: Wikipedia

1900년대 초반만 해도 단백질, DNA, RNA와 같은 생체분자는 미지의 영역으로, 세포 내에서 중요하고도 많은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알았지만 구조는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1958년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영국의 생화학자 존 카우더리 켄드루에 의해 최초로 단백질 모습이 관찰되었습니다. X-ray crystallography를 이용해 향유고래의 근육 단백질인 미오글로빈(myoglobin)의 구조를 밝혀냈습니다.

1980년대 초, X-ray crystallography과 NMR 분광기의 개발로 단백질 구조 연구가 활발해지기 시작합니다. 1964년에 노벨 화학상을 받은 도로시 크로풋 호지킨(Drothy Crowfoot Hodgkin)은 단백질 결정학의 창시자로 알려졌으며, X-ray crystallography로 중요한 생화학 분자인 콜레스테롤, 페니실린 및 비타민 B12를 비롯하여 인슐린의 구조를 밝혔습니다. 그녀의 연구는 현 구조 생물학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고분자 결정학의 원조가 되었으며, 인슐린과 헤모글로빈 그리고 바이러스까지 연구가 이어지도록 하였습니다.

X- 선 결정학의 진행 단계

사진 출처: Creative Biomart

X-ray crystallography는 다음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먼저 3가지의 기본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Crystal production, Data collection, Structure solution의 단계입니다.

다양한 단백질 결정

사진 출처: GIST 세포막 단백질 구조 및 기능 연구실

첫 번째 단계인 Crystal production에서는 가장 먼저 단백질을 대량 생산(Production)하고 결정을 얻기 위해 순수한 단백질만 남도록 정제(Purification)가 필요합니다. 다음 가장 까다로운 단계인 순수한 단백질로 결정을 형성(Crystallization)을 거칩니다. 단백질마다 결정이 형성되는 방법이 다르고 온도, pH 등 여러 결정조건이 해당 단백질 결정 형성 조건에 부합해야지만 비로소 결정이 형성됩니다. 어떤 단백질은 충격을 가해야 결정이 형성되기도 할 정도로 단백질 결정 형성은 까다로운 과정입니다. 보통 수백에서 수천 번의 시도 끝에야 단백질 결정 제작에 성공합니다.

다음은 두 번째 단계인 Data collection으로 X선 관을 이용하며 싱크로트론 궤도 방사 장치를 이용해 강력한 X선을 단백질 시료(결정)에 쏘아줍니다. 결정이 X선의 강한 빔에 노출되면, 뒤의 화면에서 회절 된 X선의 패턴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이때 회절 데이터 하나만으로는 전체 결정을 분석할 수 없으므로, 단백질 결정을 단계별로 180° 회전시켜 X선회절 자료를 수집합니다.

효소 결정의 X-ray 회절 패턴

사진 출처: Wikipedia

그렇게 얻은 이미지는 마지막 단계인 Structure solution을 거쳐 최종적으로 단백질의 구조를 파악하게 됩니다. 결정 내의 원자 배열을 결정짓기 위해서는 주로 슈퍼컴퓨터를 사용합니다. 이 단계들을 모두 거쳐야 비로소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X-ray crystallography로 미국의 생명공학 벤처기업인 Vertex에서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 단백질 분해효소(protease)의 3차원 구조 분석 연구로 에이즈 치료물질을 찾아냈습니다. 2018년에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고려대 연구진에 의해 급성골수성 백혈병을 유발하는 발암 유전자인 NRAS를 억제할 표적치료제용 후보물질을 찾아냈습니다. 급성골수성 백혈병은 백혈병 중에서도 생존율이 가장 낮으며 뼛속에 종양세포가 혈액을 타고 빠르게 전파돼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으로 이를 낫게 할 치료제는 전무한 상황입니다.

이처럼 생명공학 분야에서 단백질의 3차원 구조와 이를 통한 생명 현상의 기작을 발견하는 기술의 뒷받침이 없었더라면 지금처럼 활발한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X-ray crystallography로 생체분자의 구조뿐만 아니라 분자들이 어떻게 움직이며 상호 작용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또 이를 통해 막대한 데이터를 축적하였고, 이는 곧 빅데이터가 되어 다양한 약의 개발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지구 어느 곳에서는 이러한 단백질 구조 분석을 통한 신약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을 것입니다.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위한 신약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길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