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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추천 송순태 시인 '지우개'

Mr.Nuup 2025. 1. 28. 10:56

제목: 지우개

시인: 송순태



잘못 써내려온 문장이 있듯이 잘못 살아온 세월도 있다.

굳은 바닷가에 앉아서 수평을 보고 있으면

땅에서 잘못 살아온 사람들이 바다를 찾아오는 이유를 알겠다

굳은 것이라고 다 불변의 것이 아니고
출렁인다고 해서 다 부질없는 것이 아니었구나

굳은 땅에서 패이고 갈라진 것들이
슬픔으로 허물어진 상처들이

바다에 이르면

철썩철썩 제 몸을 때리며 부서지는 파도에 실려
매듭이란 매듭은 다 풀어지고

멀리 수평선 끝에서 평안해지고 마는구나

잘못 쓴 문장이 있듯이 다시 출발하고 싶은 세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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